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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경제

보이차, 발뮤다 커피포트에서 배울게 있을까 ?

by ▲△▲△▲△ 2020. 6. 9.

2017년에 처음 차를 접했습니다. Car가 아니고 Tea 얘깁니다. 4년째 '보이차'를 마시고 있어요.

취재 차 갔던 미쉐린 투스타 가게의 대표님이 '차'의 대가셨고요. 대표님의 매력에 빠져 제자로 받아달라고 무릎을 꿇었습니다ㅎㅎ (저의 스승님께서 바로 그 효리네 민박에서 보던 차를 마시는 그 차 세트를 만들어주셨다는...)

한 줌의 차가 얼마나 만들기 어려운 것인지는 경남 하동에 가서 처음 알게 됐습니다. 광활한 차밭에서 찻잎을 하나하나 따고, 볶고, 말리고 수천번의 품을 들여야 손 위에 쥘 수 있는 한 줌 차가 나오더라고요.

우리가 흔히 마시는 티백으로 된 녹차는 전남 보성에서 주로 나오고요. 보성의 차밭에서 나오는 차는 티백용으로 주로 쓰입니다. 그리고 단가가 꽤 비싼 고급 차는 경남 하동에서 나옵니다. 경남 하동은 소규모 단위의 차밭이 있고,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형태로 차를 만들거든요. (사진에 포함해뒀습니다.)

하동 녹차 밭

손바닥 두 마디 정도에 십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차를 얻어마시면서 '고급 제품'을 경험하는 일의 즐거움을 깨닫게 됐습니다. 티백을 마시다가, 고급 차를 마시면 그 향부터가 다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차를 우려내면 나무를 우려낸듯한 진한 갈색 차가 나오거든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좋은 차를 마시니, 좋은 도구를 쓰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더군요. 하다 못해 차를 우리는 도구부터 시작해서, 물을 뜨는 커피포트도 '고급'으로 쓰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거의 나오지 않는 성과급 나온 것으로 3년 전에 처음 '발뮤다 전기포트'를 구매했습니다. 엄청 비싸더군요 ㅠㅠㅠ 발뮤다 들어보셨나요? 브랜드계의 애플. 정갈한 디자인의 극치. 디자인이 예뻐서 다들 구매를 많이 하더라고요. 일본스러움이 물씬 풍겨 나는 그 브랜드. 얼마나 자랑을 하고 싶었는지, 인스타에 거실을 차방으로 꾸민 공간을 올리기까지 했는걸요.

발뮤다 커피포트

가격의 값어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비싼 도구를 사고 나니 아무래도 뽕을 뽑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었고요. 차를 많이도 마셨습니다. 모든 술자리의 종착역은 제 자취방에서 차를 마시는 것으로 끝냈죠. 차를 접해본 적 없는 친구들에게도 보이차의 세계를 보여줬으니 충분히 가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2018년에 접했던 발뮤다의 데라오 겐 사장의 인터뷰를 접하고 보니, 고가의 물건을 구매한 행위가 나름 의미 있었다고 여겨지더라고요.

데라오 겐 사장은

"세상에는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크기, 속도, 무게, 거리, 성능은 수치로 표현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수치로 나타낼 수 없다. 첫사랑의 느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아이들에 대한 애정, 아내에 대한 감사 등이다. 디자인이라는 건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것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발뮤다 창업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http://bitly.kr/71u3SCxeV0)

 

아마도 발뮤다 커피포트는 저에게 단순한 차를 마시는 행위를 넘어, 자취방에서 친구들과 떠들던 그 순간들, 동기들과 소소하게 목을 축이던 그 날들, 빗소리와 섞여 끓어가던 커피포트. 뭐 그런 것이겠죠.

 

그런 나만의 추억이 깃든 물건들 하나씩 있잖아요. 차를 마시다 괜히 궁상을 떨어봤습니다. ㅎ

보이차 한잔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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