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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경제

1992년, 네이버 이해진과 카카오 김범수는 같은 회사에 다녔다.

by ▲△▲△▲△ 2020. 11. 7.

27일 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언론에 포착됐습니다.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 카카오 김범수 의장

어디서요? 故이건희 회장 빈소에서요!

으잉? 이건희 前회장과 김범수 의장은 어떤 인연이?

 

김범수 의장은 45분간 조문을 마친 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제 직장은 삼성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삼성에서 배운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한게임이나 네이버나 카카오로 이어져왔다. 삼성에서 신경영, 한창 변화할 때, 프랑크푸르트 선언할 때 있었던 사람으로서 회장님의 경영(방식)이 (제게도) 배어있다고 생각한다. 이해진 네이버 GIO도 삼성 입사동기였고, 이후 삼성 키즈들이 한국의 새로운 사업을 이뤄내고 그 뒤로 또 네이버, 카카오 출신들이 사업을 일궈내는 게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우! 짧은 소회에서 우리나라 IT 기업의 역사가 드러나네요. 카카오 게임즈 상장할 때도 당시 분위기에 대해 짤막하게 언급한 적 있었죠.

<PC방 영업 뛰다가... '2000 억' 잭팟 맞은 썰>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누구?

한 때 PC방 영업을 뛰던 사람이, 2000억 자산을 만들어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지난 이틀간 증권시장을 핫하게 달군 '카카오 게임즈' 남궁훈 대표 얘깁니다. "돌이켜 보면 한국 인터넷 역사 20주년

hongkija.tistory.com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을 일군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모두 삼성 SDS 출신이라는 겁니다. (덧, 26일 밤에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도 빈소를 다녀갔어요.)

 

그럼 삼성 SDS는 무슨 회사길래? 이들이 모두 첫 직장으로 선택했나 궁금해집니다.

 

1985년 삼성 SDS는 삼성그룹의 ICT 계열사로 설립됐어요. 이 곳은 삼성그룹의 '통합 전산실' 역할을 했죠. 당시 삼성 SDS는 서울대 공대생들의 취업 1번지로 꼽혔습니다. 왜? 컴퓨터와 인터넷에 빠진 괴짜 공대생들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했으니까요. 각종 인터넷 기획과 개발, 사내 벤처까지 독려한 회사가 바로 삼성 SDS였습니다.

(지금도 삼성 SDS는 국내 SI기업 탑 2 기업으로, 민간과 공공의 전산시스템의 기획과 개발, 유지보수, 운영 등을 해주는 기업입니다.)

삼성 SDS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은 1992년 동기로 삼성 SDS에 입사했습니다.

입사 초창기인 1993년, 이건희 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신경영 선언을 하죠.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

 

1990년대 말은 인터넷이 태동하던 시기였고요. 김범수 의장은 당시 삼성 SDS 사내에서 PC통신 '유니텔'의 개발과 운영을 맡았고요. 유니텔은 출시 3년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확보했고, 당시 업계 1위였던 천리안을 바짝 추격했습니다.

 

PC통신 사업에서 인터넷의 미래를 본 김 의장은 삼성 SDS를 그만두고, 한양대 앞에서 PC방 '미션 넘버원'을 차렸고요. PC방 고객관리 프로그램으로 전국 PC방 업주를 사로잡으며 종잣돈을 모았고, 이후 온라인 게임 포털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하죠.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의장, 지금은 글로벌 투자책임자(GIO) 직함을 달고 있는 이 GIO도 입사 5년 차인 삼성 SDS 과장 시절 벤처 아이템을 구상했습니다.

이 GIO는 신입사원 3명과 함께 네이버의 모태가 되는 '웹글라이더팀'을 만들고 연구 개발에 매진했어요. 당시 삼성 SDS는 사내 벤처기업이 일정 기간 인큐베이팅 기간을 거치면 독립기업으로 분가시키는 '사내 벤처포트' 제도를 도입했었죠. 이때 사내 공모에 선정 1호 사내벤처가 바로 네이버예요.ㅎㅎ

 

이 GIO는 이후 1999년 네이버컴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독립했고, 2000년 김범수 의장의 한게임과 합병을 거쳐 NHN, 지금의 네이버로 성장하죠.

 

보통 입사 초창기에 앞으로의 비전을 세우잖아요. 딱 입사하고 2년 차에 이건희 회장이 그룹사의 마인드를 송두리째 바꾸는 비전을 선언한 거예요.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라, 극단적으로 농담이 아니라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

당시 삼성그룹은 이 강연 내용을 전국 사업장에 방영했습니다.  삼성의 임직원은 누구라도 다 알게 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내용이 센세이셔널해서 일간지와 KBS까지 방영됐죠. 말 그대로 전국이 난리가 난 겁니다.

 

여하튼 입사 2년 차 직원이던 이해진, 김범수의 마음속에 큰 파동이 일지 않았을까요. 그러니 빈소에서 이건희의 DNA가 네이버와 카카오에 스며들어있음을 설파하죠.

이건희 회장

우리나라 시총 10위 안 기업 중에 삼성 그룹 계열사이거나 삼성 출신이 만든 회사를 보니 5개네요.

삼성전자(1위), 네이버(3위), 삼성 바이오로직스(5위), 카카오(8위), 삼성 SDI(9위). 이 회장이 경제계의 큰 획을 그은 사람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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